우주로부터 오는 빛의 파동과 그에 감응하는 초록 식물들을, 나와 벗들의 몸 속 작은 세포들에게까지 연결해 주는 텃밭.
하루하루를 겸허하게 돌아보게 하는 생태계의 작은 단위, 텃밭. 거기서는 욕심으로 상추를 빨리 키울 수도 없고, 서두른다고 엄청난 수확을 거둘 수도 없습니다. 단지, 자연과 협력하여 한 줌의 일용할 식물을 얻을 뿐입니다.
텃밭을 일구며, 상추와 열무와 민들레와 씀바귀와 별꽃과 광대나물과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부릅니다. 나의 노래는 지혜로운 벗들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며 세상으로, 우주로, 퍼져나갑니다. 평화는 번지는 힘이 크거든요.
하늘에는 우주의 질서를 보여주는 별들이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별들도 나의 노래를 들었을까요?
(제주평화축제를 위해 썼던 글입니다.
이제 우리는, 쿠바의 아바나 시민들처럼,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지구별에 부담을 덜 주면서 자급자족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화석 연료나 원자력에 의존하는 문명이 참담한 길로 이어져 있다는 일반적인 전망을 고려한다면,
텃밭으로부터 시작하여 땅에 기대는 겸손하고 느린 삶의 방식은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