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우도의 낮 시간엔 조용히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좋다.
땡볕, 온갖 탈것들의 소음, 인파의 압박으로부터.
'노닐다'의 나무집 그늘이나 해먹, 숙소의 구석진 의자에라도.
입은 옷 그대로 철벅철벅 물속으로 들어가 바위게 몇 마리랑 삿갓조개 몇 건져온다. 생명이 걸린 일이라, 바위 틈새의 긴장감과 바위 표면의 안간힘을 이겨낸 뒤에야...
다른 생명을 취해 내 목숨을 이어가는 자의 먹먹함은 잠시 눌러두고서...
더위와 노동에 시달린 몸의 끈적임을 맑은 파도가 찰랑찰랑 어루만지며 씻어준다.
어린 벗들의 깔깔거림과 물장난에 하루분의 시름이 흩어진다.
멀리 오징어잡이배의 등불 아래서 어부들의 땀냄새가 훅, 끼쳐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