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비(非) 자(字), 촘촘하게 매달고 선 비자나무야.
도리질하고, 울며 내달려도, 온몸을 쥐어짜 부르짖어도,
내 몸에 가시처럼 박힌 부정(否定)의 언어가, 회오리로 솟구쳐 올라 해일처럼 난폭하게 순한 사람들을 덮치기도 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가 닿았던 어느 환한 길 끝에선,
내 이름자와 살아온 날들 전체가 거부되기도 했었지.
생살 뜯기는 고통 속에 소중한 이들을 잃었고,
돌이킬 수 없는 결별의 터널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별들의 어루만짐과 새들의 쫑쫑거림 속에 숱한 계절을 보내었어도,
가슴으로 받아 안아 입맞추지 못할 미움의 덩어리가 남아 있는지...
그렇다면 내가 더 살아내야 할 이유가 따로 있는지...